보슬비가 내렸던 그 밤의 둥글었던 달이 차츰 부피를 줄여 그 모습을 감춘 밤, 운은 구군복을 갖춰 입고 입궐했다. 일반 구군복이 황색의 옷에 소매는 붉은 색 천을 붙인 협수(소매 폭이 좁은 두루마기 형태의 군복)위에 검은 색 전복을 입은 것 이라면, 운검의 구군복은 이와는 달랐다. 검은색 전복은 같지만 그 아래에 소매까지 검은 협수를 입고, 검을 휘두를 때 펄럭이지 않게 팔뚝부분을 붉은 색 끈으로 칭칭 둘러 묶고, 날렵한 허리엔 붉은색 대자띠를 묶어 늘어뜨렸다. 그리고 관례를 치렀음에도 검에 상투가 다치지 않게 상투를 틀지 않고 길게 허리까지 내려뜨리고는 이마에 붉은 천으로 두건을 묶어 뒤로 머리 길이까지 드리웠다.
전립(사또 모자)을 쓰지 않고 궐내에 들어오는 것은 법도가 아니었지만 운검에게만은 그것이 용인되었다. 그리고 등엔 붉은 색 긴 환도인 운검을 지고 왼손에는 검은색 긴 환도인 별운검을 들고 걸어가면, 그 등에는 용을 감싼 구름문양이 둥근 흉배 안에 붉은 색으로 수놓아져 있는 것이 날리는 윤기 있는 긴 머리카락 사이로 보였다. 이것이 운검의 표식이었다.

